영화소개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은 정유재란이 한창이던 1597년 10월 조선과 일본사이에 치러진 명량해전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였고, 총 관객수 1761만명이라는 대한민국 역대 영화 관객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10년이 지난 2024년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입니다.
이런 호평을 받은 배경으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한 것과 주연배우들의 수준급 연기력 그리고 스탭들의 연출능력 덕분으로 보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깊은 고뇌와 당시 조선 수군의 열악하지만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영화로 관람객들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주었던 영화입니다.
칠천량 해전으로 궤멸된 조선수군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으로 권율 장군의 휘하에 있을 무렵,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사는 원균이었습니다. 원균은 이순신이 백의종군으로 가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전 수군을 통솔하는 위치에 올랐지만 이순신 장군과 달리 함대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과 전략적인 판단에 매우 부족한 인물이었습니다.
원균은 1597년 7월 선조의 명령에 따라 일본군이 주둔해 있던 부산항을 공격하였으나, 일본군의 함정에 빠져 칠천량에서 대부분의 함선과 군사를 잃었습니다. 조선 수군의 궤멸로 일본군은 남해와 서해를 거쳐 선조가 있는 한양까지 단숨에 북진할 수 있는 해로를 확보했습니다.
선조는 칠천량 해전의 패배 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백의종군으로 있던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이순신 장군에게 남겨진 함선은 고작 12척뿐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당시 열악한 수군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일전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이순신 장군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실제로도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하면 병사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의 노력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진의 한 가운데인 부산항으로 들어가서 기밀정보를 습득하다 발각되어 목숨을 잃은 병사와 장군의 곁에서 수군을 위해 희생하는 백성들 등 명량해전을 위해 많은 백성과 병사들이 함께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선의 운명을 건 명량해전
이순신 장군은 전라도 여러 고을을 행군하면서 패잔병이 된 조선 수군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이순신은 늙은 어부의 도움으로 '울둘목'이라는 매우 좁은 바닷길을 찾아냅니다. 이순신은 그곳이라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 같습니다.
마침내 일본수군은 333척이라는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일전을 위해 남해바다를 거쳐 울둘목으로 향했습니다. 이순신은 병사들의 용기를 위해서 주둔지를 모두 불태워 버립니다. 죽을 각오로 싸워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둔지를 불태우고 병사들 앞에서 연설하는 이순신의 모습을 보면 정말 결연에 찬 모습입니다. 원래 최민식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장면을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마침내 조선수군 12척도 울둘목에 일자진을 치고 일본수군을 기다립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조선수군을 만난 일본군은 매우 가소롭다는 듯이 반응합니다. 12척 대 333척은 사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무모한 전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 조선군을 만난 일본군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이순신이 죽으러 나왔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일내로 한양으로 진격해서 드디어 선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전투가 시작되고 일본군은 자신있게 공격합니다. 좁은 해로였기 때문에 소수의 함선만 동시에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일본군은 유리한 물살을 타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조선군은 역방향의 물살을 이겨내며 겨우 일자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장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11척은 소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두에서 솔선수범하는 이순신의 대장선을 보고 나머지 11척의 수군도 용기를 얻고 목숨을 걸고 일본군과 싸우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진정한 리더는 솔선수범해서 부하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따라올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조선 수군은 역방향의 물살을 버텼고 시간이 흘러 조선 수군에게 유리한 물살 위에서 싸울 수 있었습니다. 일본 수군은 바뀐 물살에 적응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하며 아군끼리 충돌해서 침몰하는 함선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순신은 아마 이렇게 물살이 바뀔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은 이런 기세를 놓치지 않고 더욱 함포 사격과 함선 충돌 공격으로 무수히 많은 일본 함선을 침몰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일본 수군은 더이상 진격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함대를 뒤로 물리게 됩니다. 조선 수군 12척이 333척의 일본 대함대를 무찌르게 된 것입니다. 저는 어느 역사서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례를 들은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명량을 보고 생각한 점
예전부터 존경했던 이순신 장군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번 장군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고, 당시 병사들과 백성들이 어떤 생각으로 장군을 따르고 전쟁에 임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